회장 부처님
수행자의 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4. 유명 업체를 제치고 이름 없는 박 목수를 선택한 이유
이분과의 주택 건축 인연도 참 기묘합니다.
어느 날 "박목수의 건축여행" 카페 회원님의 소개로 박목수를 알게되었다면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미 유명 건축 업체와 계약을 마치고 상세 시공설계가 진행 중인 상태셨습니다.
'이미 계약까지 하신 분이 왜 나를 보자고 하실까?' 의아했지만, 그저 세상사는 이야기나 나누자는 마음으로 찾아뵈었죠.
궁금해하시는 내용에 제 소신껏 답해드리고 일주일쯤 지났을까요? 견적을 달라고 하셨습니다.
이미 계약한 곳이 있는데 무슨 견적이냐고 되물었지만, 그냥 견적을 요구하셨습니다. 결국 요구대로 견적을 드렸고, 그 다음주쯤 회장님께서 "계약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 그 유명 업체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저 박 목수에게 집을 맡기겠다고 하신겁니다. 참 희얀한 일이었습니다
5. 아이스박스에 담긴 마음
그리고 몇차례 협의 과정을 거치고, 상세 시공 매뉴얼을 만들고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현장에 나가면 언제 준비를 해놓으셨는지 한켠에는 항상 아이스박스가 놓여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시원한 얼음과 음료, 정성스러운 간식이 들어있었습니다. 점심때면 어김없이 인근 맛집으로 저를 데려가셨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감동시킨 건 건축자재를 싣고 오는 화물차 기사님들이 짐을 내리고 돌아갈 때면, 회장님은 꼭 시원한 음료와 간식을 챙겨 손에 쥐여주셨습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배어있는 타인에 대한 배려. 지금까지도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되뇌어보지만,
제게는 완전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몸에 밴 '자비로움'이였습니다.
6. 귀찮고 행복한 인연
공사가 끝난 지 벌써 몇 년이 흘렀지만, 회장 부처님과의 인연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때로는 박목수를 절에 데려가시기도 하고,
주변에 작은 일만 생겨도
"박 목수, 이것 좀 봐줘"라며 박목수를 정말 귀찮게(?) 하십니다.
하지만 그 귀찮음이 싫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너무 감사합니다.
금융맨에서 농부로, 건축주에서 인생의 스승으로 박목수 곁에 계셔주시는 회장 부처님. 하나님이 보내신 일꾼 박 목수는 오늘도 아산의 은행나무 향기를 맡으며 부처님의 부름을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회장 부처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