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남양주 인근에서 건축을 진행하던 중 잊히지 않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건축은 거의 마무리 단계였고, 외관도 갖춰졌고, 내부 공정도 끝이 보이던 시점이었다.
문제는 **건축사용승인(준공)**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건축주 주택의 인허가를
맡았던 설계사무소
소장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인허가는 이미 끝났지만, 사용승인을 대행해 줄 주체가 사라지면서 행정 절차가 멈춰선 거지요
건축주분은 당시 인허가 및 설계비
250만 원에 계약을 했다고
했습니다.
조건은 이른바 ‘허가방’ 형태(당시에는 대부분 그 정도 금액이었지요)
즉,
인허가 설계만 설계사무소에서 진행하고, 상세 시공도면은 시공사가 맡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래서 건축주 입장에서는 “250만 원이면 모든 게 끝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사용승인을 위해 새로운 제3의 설계사무소를 찾아야 했고,
그곳에서 제시한 비용은
500만 원 사용승인 대행
비용이라고 하였습니다.
건축은 거의 끝났는데,
단지 사용승인 하나 때문에 추가로 500만 원이라니.
건축주 사모님께서 "박목수님 어떻하면 좋을까요" 매우 안타까운 표정으로
상담을 요청해왔습니다.
오지랍 넓은 박목수도 이해가 되지 않아, 중간에서 설계사무소와 협의를
시도했습니다.
건축주분의 사정을 설명하며 비용 조정을 부탁드렸는데 돌아온 대답은 예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본인은 시의원 출마 예정이고, 건축에 관심도 많고, 현장도 여러 번 나가봤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솔직히 말해, 그 현장에서 나는 그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분의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그 정도 비용은 많은 게 아니다.”
한편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건축사라는 직업이 지금보다 훨씬 존중받았었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경쟁이 심하다보니 설계·인허가·사용승인처럼 복잡한 행정
업무에 비해
요즘 비용이 지나치게 낮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거의 끝난 집에서 갑자기 발생한 추가 비용은 건축주에게 너무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래서 박목수는 고민하게 되었지요
이 상황에서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 걸까.
건축주인가, 설계사무소인가.
결국 여러 차례 협의 끝에
300만 원에 사용승인을 대행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모두가 완전히 만족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그나마 현실적인 타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을 통해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건축은 도면과 콘크리트로만 완성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해와 조율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건축을 계획하는 분들이라면
계약 단계에서 반드시
사용승인까지 포함된 범위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교훈도 남았습니다.
집은 완공됐지만,
그날의 고민은 지금도 마음 한켠에 남아 있습니다.
허가방이란?
현장에서는 보통 **“인허가만 해주는 설계”**를 뜻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즉, 설계사무소가 건축허가(인허가)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면만 작성하고, 실제 공사를 위한 상세 시공도면은 시공사가 맡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방식을 흔히 ‘허가방’이라고 부릅니다.
허가방은 공식 용어는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