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의 여정 끝에 만난 봄의 전령, 봄까치꽃(큰개불알풀)의 신비로운 생명력
역마살이 낀 것처럼 세상을 돌고 돌아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데 무려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성남에서 시작해 포항, 군포, 수원을 거쳐 먼 이국땅인 독일 코트부스, 그리고 미국의 샌디에이고와 알라배마까지. 이삿짐을 싸고 풀기를 수십 번 반복한 끝에 다시 정착한 서울 송파의 어느 봄날, 저는 발밑에서 조용히 봄을 알리는 경이로운 생명과 마주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쌀알만 한 남색의 기적
3년 전, 서울로 이사하던 날 짐 정리를 하다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집 앞 공원 조경석에 앉았습니다. 무심코 내려다본 땅바닥에는 겨울이 채 가시기도 전인데 매서운 봄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는 아주 조그마한 꽃이 있었습니다.
바로 '큰개불알풀', 다정하게는 '봄까치꽃'이라 불리는 들꽃이었습니다. 실물 크기가 쌀알보다 조금 클 정도로 작고 앙증맞은 데다 맑은 남색 빛깔을 띠고 있어,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시구는 필시 이 꽃을 두고 쓰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찰나의 아름다움, 하루살이꽃의 특징과 식용 가능성
이 작고 예쁜 봄까치꽃은 식물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루살이꽃의 매력: 이 꽃은 오전 10시쯤 햇살을 받으며 피기 시작했다가, 오후 2~3시쯤이 되면 미련 없이 꽃잎을 떨어뜨립니다. 하루 중 가장 따스한 찰나의 시간에만 온전한 모습을 허락하는 진정한 '하루살이꽃'입니다.
봄을 알리는 나물: 관상용으로도 아름답지만, 놀랍게도 식용이 가능한 봄나물이기도 합니다. 잎을 채취해 나물로 무쳐 먹으면 약간 씁쓰름한 맛이 돌아 잃어버린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라고 합니다.
생명의 신비, 2년의 기다림과 순환
수많은 도시를 거쳐온 저의 삶처럼, 이 꽃의 생명 주기 또한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송파에서 이 꽃을 처음 만난 이후, 매년 이맘때가 되면 같은 장소를 유심히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오랜 관찰 끝에 알게 된 신기한 사실은 이 꽃이 같은 자리에서 2년 동안은 예쁘게 피어나다가, 3년째 되는 해에는 마치 거짓말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해를 건너뛰어 올해, 다시 그 자리에 파릇파릇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두 해 살이(2년생) 풀이 땅속에서 씨앗을 품고 발아를 준비하는 그 치열하고 신비로운 생명의 주기를 눈앞에서 목격한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삶의 여정 속에서 만난 작은 위로
40년 만에 짐을 푼 서울에서 만난 이 작은 봄까치꽃은 길었던 제 삶의 여정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었습니다. 크고 화려한 꽃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지만, 정해진 시간과 주기에 맞춰 묵묵히 자신의 꽃을 피워내는 봄까치꽃.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발밑을 내려다보세요. 혹시 여러분의 발끝에도 작지만 강인한 '봄'이 피어나고 있을지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