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3

제18장: 난간대에 숨은 복병 이야기

난간대에 숨어있던 복병 이야기입니다

집을 짓는 과정은 흔히 '도를 닦는 수행'에 비유되곤 합니다. 약속대로, 도면대로만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현장에는 늘 예상치 못한 복병이라는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10여년전 충북 어느 한적한 동네에서 건축이 마무리될 쯤 마지막 테라스 난간대 공사중 만난 복병이야기입니다.

옥천의 어느 조용한 마을 박목수의 건축여행중에서
** 옥천의 어느 조용한 마을 박목수의 건축여행중에서 **

1. 달콤한 실적 뒤에 숨은 부실한 약속

난간대 발주를 위해 인터넷을 통해 많은 업체를 검색하고, 그간의 시공 실적과 업체 현황을 꼼꼼히 파악했습니다. 견적 검토 후 최
종 계약을 체결할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습니다. 문제는 대금 지급 조건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업체 측은 "전체 금액이 입금되어야 제작에 착수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납기와 제품에 대해 협의후 선입금을 완료했습니다. 

최종 마무리 작업인 난간대 설치를 위해 확인 전화를 걸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황당함 그 자체였습니다. "발주한 제품은 지금 당장 만들 수 없다", "만들려면 금형을 새로 찍어야 한다"는 등 온갖 변명이 쏟아졌습니다. 건축주분께서 결정한 디자인이었기에 제품 변경은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일주일의 납기를 연장하여 시공일정을 다시 잡았습니다.

2. 약속은 깨져야 맛

약속한 일주일이 지났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내일 몇 시에 오느냐"는 질문에 "아직 물건도 안 만들었다"는 대답이 돌아왔고, 다시 3일 뒤로 미뤄진 약속 역시 현장 소장을 하루 종일 헛수고하게 만들었습니다. "내려가고 있다"던 작업자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사장은 "다른 현장이 안 끝나서 못 갔다, 내일은 내가 직접 가겠다"며 주저리주저리 변명만 늘어놓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사장이 오겠다던 약속과 달리 현장에는 덩그러니 화물차만 도착했습니다.
점심이 지나서야 나타난 작업팀은 더욱 가관이었습니다. 80세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동이 불편하신
팀장과 한국말이 서툰 중국인 작업자 두 분이 왔는데,
일할 생각은 별로 없고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기만 했습니다. 일찍 현장에 와서 작업하겠다던 사장은 오후 늦게 길을 못 찾아 갈수없다고 팀장이 직접 읍내까지 마중을 나가서야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사장은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화려하게 등장, 차 안에는 젊어보이는 미모의 여성이 타고있었고, 
작업준비는 역시 엉망이었습니다. 공구도, 자재도 부족한 상태에서 작업자들에게 화만 내고는 다시 철수해 버렸습니다.

3. '선지급'이라는 족쇄와 인내의 시간

다음 날도 사장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전날의 호언장담은 물거품이 되었고, 다시 고령의 팀장님과 중국인 작업자들만이 현장을 지켰습니다.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속에서 천불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난간대를 설치하면서 기껏 정성 들여 시공해 놓은 석재 타일을 모두 깨뜨려 놓는 바람에, 결국 오늘
타일 재시공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업체 사장을 당장이라도 크게 꾸짖고 싶었지만, 이미 공사대금 100%가 선지급된 상태라 발이 묶여 있었습니다. "정말 잘하십니다, 다음에도 꼭 사장님께 맡길게요"라며 억지로 웃으며 어르고 달래야 하는 상황. 집을 짓는 목수가 아니라 부처가 되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 앞에서 박목수의 인내심은 사리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은 지어져야 합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혹은 공정을 단축하기 위해 선택한 결정들이 때로는 독이 되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대금 선지급' 조건은 갑과 을의 입장 완전히 뒤집은 결과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큰 복병이 나타난들, 건축주분의 입주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현장의 실수는 제가 수습하고, 미진한 부분은 밤을 새워서라도 채워 넣을 것입니다.
복병은 잠시 발걸음을 늦출 수는 있어도, 박목수의 건축 여행길을 막지는 못합니다.

이번 난간대 사건은 전자책으로 준비 중인 **<행복한 집짓기 매뉴얼>**에 생생한 실패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다른 건축주들은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업체 선정의 기준과 대금 지급의 원칙을 좀 더 세밀히 살펴야할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이 또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박목수의 기억에 남았습니다




봄의 전령, 봄까치꽃(큰개불알풀)의 신비로운 생명력

40년의 여정 끝에 만난 봄의 전령, 봄까치꽃(큰개불알풀)의 신비로운 생명력 역마살이 낀 것처럼 세상을 돌고 돌아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데 무려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성남에서 시작해 포항, 군포, 수원을 거쳐 먼 이국땅인 독일 코트부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