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요금 폭등의 시대, 전원주택에 살고계신분들에게 '지열 보일러'는 난방비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 줄 것처럼 생각하고 계신듯합니다. 땅속의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끌어다 쓴다는 설명은 매혹적이지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초기 투자비와 실제 사용하면서 겪는 현실은 그리 장점만 있는것은 아닌듯합니다. 이번장에서는 지열보일러에 대한 문의가 많아서 보일러의 작동 원리와 그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지열 보일러의 원리
지열 보일러(지열 히트펌프)는 땅속 150~200m 아래의 온도가 사계절 내내 약 15℃로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을 이용합니다. 흔히 오해하듯 전기로 물을 직접 데우는
방식이 아닙니다.
땅속에 묻힌 파이프를 통해 15℃의 열을 집 안으로 끌어 온
뒤, 이를 냉매와 압축기(컴프레서)를 이용해 50~60℃로 '뻥튀기'하는 원리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기는 물을 데우는 에너지가 아니라, 열을 운반하고 압축하는 '펌프'를 돌리는 데만 사용됩니다. 이 때문에 전기를 1만큼 쓰면 3.5에서 4만큼의 열을 얻는 높은 성능 계수(COP)가 지열보일러의 장점이고 수치상으로는 일반 전기보일러보다 4배나 효율이 높은 셈입니다.
2. 왜 수돗물이 아닌 땅속 물인가?
"그렇게 효율이 좋다면 왜 굳이 비싼 돈 들여 땅을 파느냐, 15℃ 수돗물을 쓰면 안
되나?"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답은 '에너지의 지속성'에 있습니다.
히트펌프가 열을 뽑아내면 물의 온도는 5℃ 이하로 급격히 떨어집니다. 지열
시스템은 이 차가워진 물을 다시 땅속으로 보내 온도를 회복시키는
'폐쇄
회로(Closed Loop)' 방식을 사용합니다. 반면 수돗물을 쓰고 버리는 방식은 물값이
난방비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오는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을 초래합니다.
하지만 땅속의 15도c라는 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 또한 수천만원의
설치비용이 소요됩니다
3. 지열 보일러 2~30만원 vs 일반 보일러 20만원의 역설
건축을 하면서 지열 보일러를 설치한 집의 한 달 전기료가 2~30만 원 정도 나온다고
합니다. 어떤분은 난방이 필요없는 여름에도 내야하는 기본요금이 너무 비싸다고도 합니다.
강원도 깊은 산골에 살고 계시는 분과 양주에 살고 계시는분과 몇몇
건축주분들은 단가가 비싼 LPG 가스를 쓰면서도 20만원 초반대로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수 있도록 집을 잘 지어줘서 고맙다는 전화를 종종 받습니다 (옆집은 추운데도 불구하고 난방비가 많이 나온다고 비교하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결론은 **'설비는 결코 단열을 이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새는 바가지: 지열 보일러는 에너지를 '싸게' 만드는 기계일 뿐, 새나가는 에너지를 막지는 못합니다. 집의 기밀과 단열이 부실하면 지열 시스템은 떨어진 온도를 메우기 위해 24시간 풀가동됩니다.
기동 전력의 함정: 히트펌프는 가동 시 순간적으로 많은 전력을 소모합니다. 단열이 안 된 집은 보일러가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며 전기료를 잡아먹지만, 단열이 잘 된 집은 어떤 연료를 쓰든 보일러 가동 시간 자체가 짧아 비용이 적게 나옵니다.
4. 경제적 허구: 20년 뒤에나 본전 찾는 투자
지열 보일러 설치비는 정부 보조금을 받아도 몇백만원의 자부담이 발생하며, 보조금이 없다면 엄청 비싼 설치비용이 소요됩니다. 매달 난방비 10만 원을 아낀다고 가정했을 때,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만 15년에서 20년이 걸리고 기계의 수명과 유지비용을 고려한다면 20년 뒤에도 본전을 못찾을듯 합니다. 결국 지열 보일러는 '에너지 절감'이라고는 하지만 박목수의 생각으로 지열 보일러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할듯 합니다
5. 결론: 확실한 난방은 단열
지열 보일러는 기술적으로 훌륭한 설비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주택의 정답은 아닙니다. 수천만 원을 땅속에 묻어 '싸게 난방할 생각'을
하기보다, 그 돈을 벽 두께를 키우고 고성능 창호를 다는 '에너지를 안 쓸 생각'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현명합니다.
집은 과학 실험실이 아닙니다. 복잡한 기계가 많아질수록 고장의 리스크와 관리의
피로도는 높아집니다. 진정한 친환경 건축은 화려한 설비 마케팅을 꼼꼼히 잘
살펴봐야할듯 합니다.
최고의 난방 시스템은 땅속 200m 아래가 아니라, 집을
감싸고 있는 든든한 단열재와 빈틈없는 기밀 시공에 있지않을까 생각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