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복병 2: 지역경제를 살리는 담합의 Power
지금까지 건축 현장을 다니며 겪었던 여러 복병들 가운데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습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 요즘 같으면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당시에는 “이런 일이 정말 가능했구나” 싶었던 아주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 참고로 건축 공사에서 콘크리트 타설은 보통 여러 차례에 나뉘어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1차는 버림 콘크리트,
2차는 매트 기초,
3차는 바닥 슬라브 콘크리트 타설이다.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등장하는 레미콘 업체는 총 4 곳으로 3개의 면이 인접한 곳입니다
A지역의 A-1, A-2 회사 : 관할지역
B지역의 B회사 : 가장 가까운 지역
C지역의 C회사 : 인접 지역
※ 지역명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 4월 7일 : 1차 콘크리트 타설
부지 정리 후 1차 버림 콘크리트를 타설했다.
현장은 행정구역상 A지역이었지만, 거리상으로는 B지역이 더 가까웠다.
건축주의 소개로 B지역 B회사에 레미콘을 주문했고, 큰 문제 없이 작업을 마쳤다.
(당시 단가: 75,000원/㎥)
■ 4월 10~11일 : 2차 매트 기초 타설
기초 배근 후 바닥 콘크리트를 위해 다시 B회사에 주문했으나,
물량이 많아 당일 공급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급히 A지역 A-1 회사에 54㎥를 주문했고, 선입금을 요청받아 송금했다.
(단가: 72,000원/㎥): 인근 지역에서 가장 저렴
타설 결과는 63㎥.
예상보다 9㎥가 더 들어갔다.
매트 기초는 사각 틀 안에 타설되기 때문에
3D 설계 물량과 실제 타설량 차이가 크지 않거나 오히려 적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철근과 각종 배관이 차지하는 부피 때문이다.
3~4㎥ 정도의 오차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9㎥ 차이에 대해 문의했을 때
“출하량은 자동 관리되므로 문제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렇게 이 일은 넘어가는 듯 보였다.
■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4월 22일(토) 슬라브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
처음 거래했던 B회사에 다시 문의했으나,
해당 지역 레미콘 업체들이 모두 휴무라는 답을 들었다.
그래서 A지역의 A-2 회사에 예약을 했는데,
그날 오후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사장님, 혹시 며칠 전에 A-1 회사에서 레미콘 주문하셨죠?
그러면 저희는 공급이 어렵습니다.”
이유는 단순했다.
한 업체가 공급을 시작하면 공사가 끝날 때까지
다른 업체가 공급하지 않는다는 ‘관행’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A-1 회사 담당자와 몇 차례 통화 끝에 더 이상 방해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받았지만
A지역에서는 정상적인 공급이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 연쇄 취소, 그리고 지연
급히 C지역의 C회사와 계약해 토요일 오후 타설을 하기로 약속하고
공사 당일 아침 전화가 왔다. A-1회사 담당자로 부터 항의가 들어왔다고 해서
“관할 지역이 아니라서 공급이 어렵습니다.”
결국 작업 인부들을 모두 돌려보냈고,
월요일로 일정을 미뤄 최초 공급업체인 B지역 B회사와 계약하였지만
이번에는 B회사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A-1회사 담당자로 부터 항의가 들어와서 곤란하니
잘 협의해서 하시지요.
■ 4월 25일 : 마지막 타설
결국 여러 경로를 거쳐
A지역 A-1 회사를 통해서만 콘크리트를 공급받아
3차 슬라브 타설을 마칠 수 있었다.
(소요 55㎥, 실제 57㎥)
당시 현장에서 느낀 감정은 안타까움과 허탈함이었다.
관할 관공서에 문의했지만
대부분 이런 담합행위가 구두로 이루어지는 관행이라
증거가 없으면 문제 삼기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
지금은 아득한 옛이야기가 되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남아 있다.
박목수가 다른 지역에 주문한 사실을 그는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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